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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T R E E T

교토, 오사카 카페들



3박 4일동안 10여 곳의 카페를 방문했다. 구글지도에 저장해놓고도 가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답지않게 부지런히 다녔다. 

- 피스 호스텔 산조 지하 카페테리아

- 디앤디파트먼트 교토

- 키토네 

- 위크엔더스 커피

- 엘르펀트 팩토리 커피

- 클램프 커피 사라사

- 동그리 커피

- 교토 츠타야 서점 카페

- 릴로 커피 로스터스 (오사카)

- 멜 커피 로스터스 (오사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에 열 곳이라도 부족할 것 같지만 막상 찾아 다녀보면 찾아 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떨어지는 체력 탓에 3곳 이상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걷다 지칠 때면 '가 봤자 카페지. 굳이 이렇게까지 찾아 가야 돼?' 라면서 타협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귀찮음과 피로를 떨쳐내고 찾아 가면 반드시 마음에 남는 장면들이 생겼다. 열 곳 모두 떠올려 보면 어느 곳 하나 좋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중에 베스트는 마지막으로 방문한 멜 커피 로스터스 카페다.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방문한 카페가 가장 좋은 카페가 되는 연출한 듯한 상황을 맞았다. 다른 카페들과 마찬가지로 멜 커피 로스터스는 앉을 곳도 없을만큼 작은 카페다. 카페 앞에 좁고 긴 나무 벤치 두 개가 전부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4명 가까이 있었다. 카페 안은 로스터기와 바로 꽉 차 있었다. 우리는 아이스 라테와 따뜻한 라테, 원두를 주문했다. 일본에서 카페를 다니면서 카페 주인들이 대개 수줍음이 많고, 표정이 없는 편이었는데 멜 커피는 일하시는 분 모두가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고 친절했다. 

우리의 라테가 나왔고 둘 다 첫 모금을 마시고 꽁트처럼 서로를 쳐다봤다. 맛있었다! 그동안 카페에서 마셨던 커피들도 맛있었지만 확실히 달랐다. 라테에서 레몬 마들렌 맛이 났다. 양은 우리 나라 스타벅스의 스몰컵 사이즈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이스라고 해도 얼음은 2개 정도 밖에 없었다. 양이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맛이라고 생각했다. 도쿄에 있는 오니버스 카페에 방문했을 때 라테를 먹어보고 치즈 파운드케익 맛이 난다고 했었는데 그 이후로 이런 맛이 나는 라떼는 처음이었다. 그 동안 라떼가 맛있다고 했을 때는 고소한 맛이 난다, 인절미 맛이 난다. 는 얘길 자주 했지만 오니버스에서 마셔 본 이후로 라떼에서 치즈 맛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레몬 마들렌 맛이라니. 이렇게 내가 정말 익숙하다고 생각한 음식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할 때 짜릿하다. 여행의 타당성은 이런 순간에 생긴다. 이건 직접 맛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도쿄, 오사카, 교토, 삿포로를 방문할 때 마다 의무(?)처럼 방문할 카페 리스트를 만들고 찾아 다녔다. 그렇게 찾아간 카페들 중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카페는 거의 없었다. 카페들은 거의 앉을 곳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색깔이 분명했다. 위크엔더스 카페의 경우에도 주차장 한 구석에 붙어 있어서 주차장이 꽉 차면 카페는 보이지도 않는다. 누가 이런 곳에 카페를 차려? 라고 생각할 바로 그런 위치다. 그럼에도 주차된 차를 미로처럼 헤치고 많은 외국인들은 카페 앞에 옹기 종기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대신 위크엔더스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나무와 돌, 화분, 항아리로 그들만의 정원을 만들었고 그 정원은 지붕으로 이어졌다. 지붕에서 끊임없이 연기같은 것이 나오길래 콩을 직접 볶는 그 연기인가? 라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물이었다. 지붕 위에는 이끼류의 식물이 가득 덮여 있었다. 그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에서는 계속해서 물이 분사되고 있었다. 

앉을 곳도 없고 주차된 차 뒤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서둘러 가야 하는 카페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카페들이 갖고 있는 그 고집과 자신감이 좋았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 곳들을 방문해서 그들이 자신있게 내놓는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것을 맛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했다. 

카페가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이 점점 없어진다. 아직도 가봐야 할 곳이 많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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