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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T R E E T

삿포로_2018.12.16-12.19


2018년 마지막 여행지는 삿포로였다. 오지은의 '홋카이도 보통 열차'를 읽었을 때 부터, 영화 러브레터를 본 이후부터 겨울의 홋카이도를 꼭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방콕 여행 이후 여행 자체에 흥미가 떨어진 탓인지 미리 예약해 둔 삿포로행 티켓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사이 일을 그만두게 될 줄도 몰랐고 이런 상황에 여행이라니.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여행 준비를 했고 결과적으로 삿포로가 2018년도의 마지막 여행지라서 다행이었다. 3박4일 동안 계속해서 눈이 내렸고 눈발이 얼마나 굵은지 10분 거리만 걸어도 눈사람이 되곤 했다. 눈이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삿포로는 전혀 춥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훨씬 추웠다.)

가장 좋았던 것은 단연 비에이, 후라노 투어였다. 이 날만 투어를 신청해서 여행사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비에이 지역을 돌았다. 그 날도 역시 눈이 와서 버스는 아주 천천히 달렸고 꽤 긴 시간이었는데도 버스 밖 풍경을 보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 나라나 휴게소 음식은 맛있는 건지 이 날 휴게소에서 먹은 아이스크림은 정말 최고였다. 40여명이 넘게 탄 버스는 세븐스타, 자작나무-흰수염폭포-청의 호수-비에이역-탁신관-닝구르테라스 순서대로 사람들을 내려줬는데 신기하게 북적이거나 소란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눈이 모든 소음을 다 집어 삼킨 듯 사람들의 웃음 소리나 말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 처럼 고즈넉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짜증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이 모두 눈 밭에서 행복한 얼굴들이었다. 평화롭다는 단어가 풍경으로 표현된다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고 그런 풍경 속에 있기만 해도 위안받는 기분도 들었다. 

흰 수염 폭포는 TV로만 봤는데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 줄기가 그대로 얼어 수염처럼 고드름이 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도 얼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는 물은 잉크처럼 파랗게 흐르고 있었다. 그 광경에 그대로 압도 당할 것 같았는데 그 순간에 '환상의 빛'이 떠올랐다. 어쩐지 삿포로 여행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들고 간 '환상의 빛'의 배경은 알고보니 다른 지역이었지만 흰수염 폭포를 배경으로 한 컷 사진을 찍었다.  

삿포로 시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때문에 나름 연말 분위기도 나고 마음이 들떠서 많이 웃었다. 처음 여행 간 곳은 아무래도 예민해지고 긴장하기 마련인데 삿포로는 그런 마음이 거의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이번에 겨울의 삿포로를 봤으니 여름의 삿포로도 봐야겠다. 가능하다면 4계절의 삿포로를 모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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