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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작가 낭독회  4월 1일 거짓말같은 낭독회에 다녀왔다. 그동안 꽤 많은 작가와의 대화를 다녀봤지만 (부끄럽구만) 이번 낭독회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일테면 한강 작가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동경은 김연수 작가에 대한 동경과는 좀 다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 낭독회는 그런 나의 기대를 200% 채워줬다. 한강 작가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내가 들어본 가장 슬프고, 여운이 긴 목소리였다. 그것은 소설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귀로만 들어도 서인주와 이정희가 눈 앞에 그려졌고, 그래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낭독회가 끝나고 카페를 나와서 합정까지 걸어갔다. 3월인데도 봄이 오지 않았다. 저녁 바람은 차가웠고 합정까지 걷는 동안 골목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자꾸 소설 속의 문장을 곱씹었다. 그리고 내가 쓰고.. 더보기
아이오와, 이름마저 아련한 그 곳에서 보낸 시간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한강 (열림원, 2009년) 상세보기 한강의 팬이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친구는 여수의 사랑을 읽고 느꼈던 감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 책을 꼭 읽어보라고 했다. 도봉도서관에서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친구가 말했던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없음에 안타까워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 때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강을 다시 읽게 된 것은 '그대의 차가운 손'부터였다. 그 소설을 시작으로 '채식주의자'까지 읽어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나는 눈물나게 그녀가 부러웠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그녀를 딱 한번 실제로 본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야말로 식물같은, 나무같은 여자였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 더보기
이른 아메리카노 카페 도쿄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임윤정 (황소자리, 2007년) 상세보기 아침에 바람이 부는 것이 너무 좋다.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날은 바람이 부는 날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 뭐든, 상관없다는 기분이다. 아침에 바람이 불어서 오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먹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점심 때 커피를 사기 위해 나왔는데, 밖에는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에는 후덥지근한 기운이 가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 먹은 대로 뜨거운 커피를 사가지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리고 커피를 마신 것 까진 좋았는데, 그 뒤로 식은땀이 나면서 점심 먹은 것이 꽉 얹혀버렸다. 까스 활명수와 소화제와 아메리카노가 범벅되어 있는 내 위장은 몇 시간동안 .. 더보기
이 소설은 판타지 입니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예담, 2009년) 상세보기 점점 리뷰를 쓰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건 첫 마디를 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읽으면서 좋다!고 감탄한 책일수록 더 그렇다. 왜 좋은지 설명해봐!라는 것인데, 그게 말이야, 야! 읽어보면 너도 알아! 이렇게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박민규 작가의 신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여기까지 쓰는데 2시간 걸렸다.) 그리고 그녀가 그 사이에 서 있었다.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늘 시청하는 토요일의 쇼프로에서...즉 정해진 공식처럼 아이돌과, 발라드 가수가 출연하는 무대를 보고 있는데...카레를 먹으며 보.. 더보기